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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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를 본다. 밤늦게 집에 도착하여 또 모니터를 본다. 왕복 두세시간이 걸리는 지하철에 앉아서 보는 책은 지친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책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편안한 휴식을 건네준다. 빠른 진도를 바라며 읽는 책들이 아닌지라 기다리는 그들이 날 야속하게 볼지라도, 천천히 즐기며 오늘도 한권의 책을 덮었다. 회사의 차장님께서 빌려주신 책. '장인'이다.

지하철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빌려본 장인. 일본인의 유명 방송인이자 작가인 에이 로쿠스케가 지은 이 책은 조용하고 시원한 산골의 어느 정자에서 두 노인이 서로 대화를 건네듯 조용하고도 깊이 있는 내용들로 전개해 나간다. 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으나, 개인적으론 3개의 장으로 분류하고 싶다. 첫 장으로는 일본의 장인들에게 들은 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말들은 하나 또는 두 세개의 문장들로 이루어져 수십년간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내용이 함축되어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가령 "가르친다는건 배우는 거야."라던지 "나는 뭔가를 할 때면 반드시 내 자신에게 내 몸 상태를 묻지"등의 문장들을 보다보면 논길을 지나치며 말을 건낸 농부가 흘리면서 한마디 던진 것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런 느낌. 개인적으론 이 문장을 가장 좋아한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살아가는 방식은 귀천이 있지요."

두번째 장엔 저자와 장인들간의 대화들이 담겨 있고, 세번째는 가나자와 장인대학교의 개교식에서 강의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실제로 강의한 내용인지 의구심을 품게하는 문장이 강의 맨 마지막에 나와 있다. 책의 발행일이 학교의 개교일보다 약 일주일정도 빠른것이다. 허나 저자의 기술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아도 강의 내용이 거짓된 내용같진 않고, 강의전에 미리 원고를 준비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보면, 책을 위하여 원고를 미리 준비 하지도 않은것 같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척관법 폐지(우리나라의 '평'등 옛 계량단위 사용 폐지)에 힘들어 하는 장인들의 애환이 섞인 목소리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보며,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개발자의 장인정신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장인의 고집스러움이 스스로를 장인으로 만들수 있지만, 장인을 대우해 주지 않는 사회에선 한낱 사회부적응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게 아닐까? 전엔 그런 자기만족에 살아간다면 좋을 거 이라 여겼지만, 약간(?)의 나이를 들고 보니, 혼자만 만족한다고 좋은것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요령을 배우느냐, 굳건히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느냐.. 두개의 관점은 나의 인생의 큰 고민거리이다. 달리 말하면, "힘들게 나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살며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것이 행복인가? 현재의 사회에 맞추어 남들처럼 웃으며 사는 것이 행복인가?" 가 될 것이다. 결국 답은 없다고 본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순신이 그 시절 사회에서 웃으며 살아갔다면, 거북선이 임진왜란에 뜰 수 있었겠는가? 또는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현 시대의 아무개씨와 웃으며 술친구가 되어 주지 않는다면 나는 현재 즐거울 수 있겠는가? 위의 간결하지 못한 문장을 바라보면 한숨만 나오기에 글을 마무리 해보겠다.

책을 들고 출근하는 아침의 북적거림과 퇴근시의 피곤함에 집중력이 떨어진 채 넘긴 책장들로 인하여 심도 읽게 읽어보진 못했던것이 상당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마지막으로 장인을 알아주지 않는 대한민국의 사회를 개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책을 빌려주신 이충헌 차장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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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page contains a single entry by 동치미 published on December 6, 2007 11: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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